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중국과의 경쟁에 맞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목표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시각, 그리고 한화의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한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여러 각도에서 사안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미국 조선업 부활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 노력과 배경
미국은 한때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고비용과 복잡한 규제,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산업이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해군 함정 건조에 치중되어 있으며, 상선 분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난 10년간 미국이 인도한 상선은 37척에 불과하며,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이 인도한 6765척, 일본 3131척, 한국 2405척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조선업 부활에 다시 시동을 건 주요 배경은 세계 최대 조선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 심리입니다. 중국의 막대한 상선 건조 능력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유사시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략적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연구 기관인 허드슨 연구소에서도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범접할 수 없는 전략적 우위'로 보고 정부 지원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해군 함정 건조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조선업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STR(미국 무역대표부)은 중국 선박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미국에서 건조되어야 하는 상선 종류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의회에서도 양당이 협력하여 상당한 보조금을 포함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미국 정부가 조선업을 국가 안보 및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장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조선업 시장 규모는 39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망치도 미국의 조선업 재건 의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화의 필리 조선소 인수와 그 의미
이러한 미국의 조선업 부활 움직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한국 한화그룹의 필리 조선소 인수입니다. 한화는 지난해 1억 달러(약 1,380억원)에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최초의 사례로, 미국 조선업 재건 노력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화 필리 조선소의 데이비드 김 소장은 인터뷰에서 "미국 조선사업은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신규 수주와 함께 연방 정부의 지원, 즉 미국산 선박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미국에 기항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페널티 부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는 한국 조선소의 생산 효율성을 필리 조선소에 접목시키기 위해 자동 용접과 같은 새로운 공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야드가 한 주에 한 척을 건조하는 것에 비해 필리 야드는 연간 1.5척을 건조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조선업 부활의 과제들
미국의 조선업 부활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오라버니께서도 지적하신 주요 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높은 비용과 낮은 생산성: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비용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습니다. 필리 조선소에서 수주한 존스법 적용 컨테이너선의 건조 비용이 척당 3억 3천만 달러인데 반해, 아시아 야드에서는 7천만 달러 정도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는 약 4.7배의 비용 차이입니다. 1500명의 인력이 연간 1.5척을 만든다면 척당 1000명이 투입되는 셈인데, 이는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기자재 비용도 비싸 생산성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비용 격차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타당해 보입니다.
2. 숙련 인력 부족 및 이탈: 미국 조선업계는 숙련된 인력 부족 문제와 신규 노동자의 낮은 생산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필리 조선소는 10년 안에 직원 수를 15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며, 내년 2026년에는 훈련생 수를 두 배로 늘릴 예정이지만,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에서도 첫해에 많은 인력이 이탈하는 등 인력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조선업이 사람을 모으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3. 시설 노후화 및 공간 제약: 미 정부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내 조선소들은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속도로 함정을 건조할 역량이 부족하며, 조선소의 노후한 시설과 공간 제약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상선 건조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기존 수주 물량 소화: 현재 필리 조선소는 2027년까지 일감이 차 있는 상황이며, 다른 미국 조선소들도 해군 일감으로 물량이 많아 상선 건조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새로운 상선 발주가 이루어져도 실제 건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해군 물량과의 우선순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5. 과거 실패 사례 및 회의론: 과거에도 미국 정부는 조선업 육성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체로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1995년 해군기지 폐쇄 후 필라델피아에서 상선 건조를 늘리려던 노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즈니스와 경제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연구 기관인 Cato Institute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논쟁과 전략적 고려
미국 조선업 부활 노력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높은 비용 구조를 가진 미국 조선소에 끝없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더 나은 방법은 한국이나 일본 등 우방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상선단을 꾸리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김 소장은 미국에서 만드는 물건들이 대체로 비싸지만, 선박 건조를 다른 나라에 아웃소싱하면 미국 조선업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며,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 문제가 아닌 나라와 노동력, 우선순위, 전략적 의사 결정의 문제라고 반박합니다.
미국 정부의 해운 관련 전략에는 유사시 보급선으로 징발될 수 있는 250척의 전략 상선대 유지와 이를 위한 미국 선원 훈련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 법안에는 미국 선원으로 운항하는 해운 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조선업 부활이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안보 및 전략적 자산 확보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향후 미국 조선업의 미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막대한 투자, 그리고 필리 조선소와 같은 현장에서의 생산성 향상 노력, 숙련 인력 확보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화와 같은 글로벌 조선 기업의 기술 및 운영 노하우가 미국 조선업의 비효율성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원 빅 뷰티풀 법안', 한국 조선업에 기회인가 숙제인가? (2) | 2025.06.05 |
---|---|
이재명 정부의 조선업 재건 비전 (2) | 2025.06.05 |
돛을 이용한 풍력추진 시스템 (0) | 2025.06.05 |
삼성중공업 최근 소식 (1) | 2025.06.05 |
한화오션 최근 뉴스 요약 (2) | 2025.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