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중요성과 우리 조선업계의 역할, 그리고 미래 전략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바다 위 에너지 혁명: 부유식 SMR,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1. 서론: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해답, 바다 위 SMR
오늘날 전 세계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Floating Small Modular Reactor, SMR)'가 혁신적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그리고 유연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특히 바다 위에 설치되는 부유식 형태는 해상 에너지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조선업과 해양 플랜트 기술이 집약된 한국 조선업계에 전례 없는 기회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기 이상의 SMR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시장 규모가 무려 4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부유식 SMR 시장은 2035년까지 4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이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대응 속도는 이 거대한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2. 소형모듈원자로(SMR)의 부상: 왜 지금 SMR인가?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크기가 작고, 모듈 형태로 제작되어 공장에서 대부분의 공정을 마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원자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SMR이 기존 원전이 가진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에너지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됩니다.
2.1. SMR의 핵심 장점
안전성 강화: SMR은 대부분 피동형 안전 시스템을 채택하여 외부 전원 없이도 비상 상황 시 자동으로 원자로를 냉각하고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의 위험을 현저히 낮춥니다. 또한, 원자로 노심의 크기가 작아 핵연료의 양이 적고,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경제성 및 건설 기간 단축: 모듈화된 설계 덕분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현장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건설 비용을 절감하고, 예측 가능한 공정 관리를 가능하게 하여 투자 리스크를 낮춥니다.
유연한 배치 및 활용: SMR은 소규모 전력망이나 산업 단지, 도서 지역 등 다양한 곳에 유연하게 배치될 수 있습니다. 전력 생산 외에도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지역 난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 에너지 수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환경 친화성: 원자력 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입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작은 부지 면적을 필요로 하며,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2.2. 부유식 SMR의 특별한 가치
SMR을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개념은 육상 SMR의 장점에 더해 해양 환경의 이점을 활용합니다.
입지 제약 해소: 육상 원전 건설 시 발생하는 부지 확보 문제나 주민 수용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해안가나 해상에 배치되어 전력 수요가 있는 지역에 근접하여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냉각 효율성: 바닷물을 무한한 냉각수로 활용할 수 있어 냉각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육상 원전의 냉각수 확보 문제를 해결합니다.
안전성 및 지진 대응: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해상에 떠 있는 구조는 지진 충격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으며, 쓰나미와 같은 해일로부터도 안전하게 설계될 수 있습니다.
운송 및 배치 용이성: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을 해상으로 운송하여 설치할 수 있어 건설 및 배치 과정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이는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도서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2020년 세계 최초로 해상 부유식 SMR을 상용화하여 동시베리아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3. 한국 조선 빅3의 부유식 SMR 시장 선점 전략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력과 해양 플랜트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은 부유식 SMR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국내 조선 빅3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이미 이 신시장에 대한 선점 전략을 가동하며 미래 에너지 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3.1. HD현대중공업: NuScale과의 시너지로 복합 발전소 구상
HD현대중공업은 부유식 SMR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핵심 파트너십: 미국의 대표적인 SMR 개발사인 NuScale Power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NuScale의 SMR 기술은 이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성과: 2023년에는 ABS(미국선급협회)로부터 부유식 SMR 개념설계에 대한 AIP(Approval in Principle, 기본 승인)를 획득하며 기술적 타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2025년 2월에는 SMR 기술을 탑재한 15,000TEU급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로 AIP를 받으며, 기존 벙커C유 대신 원자력을 활용하는 친환경 선박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사업 전략:
기술 융합: NuScale의 SMR 기술과 HD현대의 해양 구조물 설계 및 건조 능력을 결합하여 최적의 부유식 SMR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복합 발전소 구상: 단순히 전력 생산을 넘어 SMR, 해상풍력, 수전해(수소 생산) 기술을 융합한 복합 발전소 모델을 구상 중입니다. 이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인 전력, 수소,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통합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모듈 단위 생산 및 대량 수출: 부유식 SMR을 모듈 단위로 생산하여 대량 수출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수요에 맞춰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상용화 목표: 2028년에서 2030년 사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조선 빅3 중 가장 빠른 상용화 시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2. 삼성중공업: LNG FPSO 기술과 고온가스로형 SMR의 결합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축적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유식 SMR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핵심 파트너십: 노르웨이의 선급인 DNV와 협력하여 해상 원자로 탑재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DNV는 해양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기관으로,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주요 성과: 해상 원자로 탑재 플랫폼에 대한 AIP를 확보하며 부유식 SMR 기술 개발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사업 전략:
LNG FPSO 기술 활용: 삼성중공업의 강점인 LNG 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기술을 고온가스로형 SMR(HTGR SMR) 탑재 설계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HTGR SMR은 고온의 열을 생산할 수 있어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산업용 열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박 추진형 원자로 및 극지용 설비 연구: 단순히 발전용 SMR을 넘어 선박 추진용 원자로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원자력 추진선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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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극지방과 같은 특수 환경에 적합한 SMR 설비 연구를 통해 시장 다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유럽·중동 플랜트 시장 진출: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과 중동 지역의 에너지 플랜트 시장에 부유식 SMR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상용화 목표: 2030년 전후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3.3. 한화오션: 한화 계열사와의 시너지, 소형잠수함 원자로 기술의 민수화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방산 및 원자력 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해 부유식 SMR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핵심 역량: 한화그룹 내 방산 및 원자력 기술과의 통합이 한화오션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특히 소형잠수함 건조 경험을 통해 축적된 원자로 기술은 부유식 SMR 개발에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사업 전략:
소형잠수함 원자로 기술 민수화: 군사용으로 개발된 소형잠수함 원자로 기술을 민수용 해양 부유체 내 고안전성 원자로 설치 방안 설계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입니다.
극지형·군용·도서국용 SMR 발전 플랫폼 수출: 극한 환경이나 군사적 목적, 또는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도서 국가 등 특정 시장에 특화된 SMR 발전 플랫폼 수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계열사 공동 R&D 강화: 향후 한화파워시스템 등 한화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공동 연구개발(R&D) 체계를 강화하여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부유식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상용화 목표: 2030년대 초중반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4. 부유식 SMR 시장의 도전 과제와 미래 전망
부유식 SMR은 매력적인 미래 에너지 솔루션이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4.1. 도전 과제
규제 및 인허가: 해상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 국가적 규제 및 인허가 체계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안전성 검증과 국제 표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안전 및 보안: 해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충돌, 침몰 등)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테러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의 보안 강화가 중요합니다.
폐기물 관리: SMR은 기존 원전보다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이 적지만, 여전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저장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경제성 확보: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을 수 있으며, 다른 에너지원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 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중 수용성: 원자력 발전 전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해상 원전에 대한 안전성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4.2. 미래 전망
이러한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부유식 SMR은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핵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전력 생산을 넘어 해수 담수화, 수소 생산, 산업용 열원 공급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입니다. 특히, 원자력 추진선은 해운업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한국 조선업은 기존 선박 건조를 넘어 고부가가치 해양 플랜트 및 에너지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유식 SMR은 조선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5. 결론: 한국, 바다 위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다
부유식 SMR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이자,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미래 먹거리입니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는 각자의 강점과 전략을 바탕으로 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 규제적, 사회적 도전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한국의 뛰어난 조선 및 해양 플랜트 기술력과 원자력 기술이 융합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한국은 바다 위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바다는 단순한 운송로를 넘어,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발전소로 변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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