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업 수퍼 사이클 이야기가 많다. 듣고 보고 경험한 것에서 보아 나름대로 사이클을 대략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1960년대는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원유의 운송이 급격히 늘어나고 선박의 대형화가 급격히 일어났다. 대형 원유운반선 (VLCC)를 짓기 위한 새로운 조선소들이 건설되었다. 만약 그때 VLCC가 아니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대형 조선소의 모양이 좀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의 주력 화물은 원유를 중심으로 하는 원목,원광, 원당 등이었다.
1973년 중동 전쟁으로 하루 아침에 원유가격이 3배로 치솟았다. 세계 경기는 얼어붙었다. 원유 운반선의 주문은 끊어지고 일반화물선, 벌커선을 주로 건조하게 되었다. 80년대에는 파나막스 벌커를 꾸준하게 건조했다. 올림픽을 앞둔1986년경 원화 강세로 수주가 어려워지고 현대중공업에서는 현대자동차로의 인원 이동이 있었다.
90년 들어 세계는 WTO체제로 바뀌고, 자유 무역 기조가 되었다. 원자재보다는 가공품의 수송이 늘어나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었다. 석유도 원유외에 가공품 수요가 늘어 Products carrier 수요가 늘었다.
당시 조선산업은 한국과 일본 2강이 주도했고, 유럽은 거의 힘을 잃었고, 중국은 존재도 없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를 통해 통화 강세 추세여서 수주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몇번의 구조조정으로 조선 인력이 많이 줄었고, 임금을 많이 주지 못하니 상대적 매력이 줄었다. 당시 대학 조선과 출신이 조선소 안 오고 금융회사에 진출한 게 화제가 되었다. 설계인력이 줄어 다양한 설계를 못하고 '표준선'이 유행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원유,석탄, 철광 등 원자재를 엄청나게 흡수하고 아울러 중국제 상품이 세계를 석권하게 된다. 상해에 세계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이 건설된다.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도 급하게 일어났다.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신규 공장건설도 참여 정부의 환경규제로 부진해지자 해외 진출이 늘었다. 내가 아는 두번 째 빅사이클이다.
첫번은 60년대 후반이야기인데 책에서 읽었다. 일본사람에게서 떼돈을 벌었다는 말 들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대형 조선소를 건설했다고 들었다. 기억에 리바노스의 VLCC가 척당 3600만 달러 했는데, 1호선에서 600만 시간을 투입하고도 돈이 남았다고 했다. 시급 80원 할 때 이야기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나빠졌다. 수주는 급격히 줄었지만 당시 이미 몇년 치 물량이 쌓어있어 이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조선의 부진을 해양에서 만회하려다 상처를 더 깊게 했다. 근 10년 구조조정에 시달렸다. 구조조정으로 설비 능력이 많이 줄었다.
이후 시장가격은 원가 이하가 되었다. 조선소들은 적자가 이어졌다. 2021년 경 카타르 LNG프로젝트가 시작되고 한국 조선소들이 뛰어들었다. 몇년 치가 예약이 되어 도크 스페이스가 많이 줄었다. 이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러시아의 LNG 육상수출이 제약을 받고 유럽은 해상으로 수입하게 되고. LNG선 수요가 늘었다. 중국조선소들이 뛰어들었다. 한국조선소들의 주력 시장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집안에 갇혀있게 된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시작하고 교역량이 급하게 늘었다. 세계적으로 물류에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하고 운임이 뛰었다. 해운회사들이 폭리에 가깝게 돈을 벌었다. 이 돈으로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좋은 배에 투자를 시작했다.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곳은 도태된다. 세계 경제가 좋은 것도 아니고, 배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일종의 치킨게임이다. 이전에는 해운회사들은 가급적 규제를 늦추려는 경향이었다. 이제는 미리 투자를 해서 상대방을 도태시키려는 것 같다.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유발된 후티반군의 공격도 있고, 파나마운하 통행 제한도 있었다.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시작되었다.
60년대의 big사이클은 원유라는 실물이 중심에 있다. 울산조선소, 옥포조선소 등 건설되었다. 30년 후 90년대의 small사이클은 무역의 자유화로 촉발된 컨테이너선 경기인데 당시 주요 player인 일본은 자체 사정으로 그 사이클에 타지 못했다. 삼호조선소 건설, 현대 삼성의 도크확장이 있었다.10년 후 2000년대의 super사이클은 중국의 IMF 가입이 촉발했다. 모든 종류의 화물 운송 경기가 좋았다. 도크확장, 육상 건조, 해외 투자 등 활동이 있었다. 20년 후인 지금의 소위 수퍼 사이클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2000년대 대량 건조된 선박의 replace, 친환경 규제 등이 주로 거론된다. 리플레이스 타이밍은 아닌 것 같고 돈 많은 해운회사들의 시장전략이 바탕에 있는 것 같다.
2000년대의 설비확장에는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오는 '유포리아 euphoria'가 있었고, 조선소 경영자들 간의 경쟁의식이 있었다. 1990년대 설비확장에도 조선소 사이 경쟁심이 작용했다. 지금은 국내 조선소 사이의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 한번 손을 덴 경험도 있고, 늘릴려도 사람도 모으기 어렵고, 기자재 메이커가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90년대 일본조선소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의 설비확장은 더러 보인다.이 수퍼 사이클은 어디까지 갈까.